[부산인권아카데미] 기억될 권리, 역사의 권리와 연결될 권리
지난 목요일, 부산인권플랫폼 파랑에서 부산인권아카데미 5월 프로그램이 열렸습니다.
이 날은 역사학자 전진성 선생님과 함께 했는데요, <사회적 공정의 기반으로서 ‘역사 정의’의 문제>를 주제로 역사와 인권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을 나눌 수 있는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경쟁의 수단으로 전락한 ‘공정성’은 그 목적부터 이미 불공정하다고 선생님은 이야기하셨는데요. ‘공정’을 개인 혹은 자신을 포함한 이해집단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려는 작금의 시도는 ‘사회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해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지닐 수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능력주의와 공정경쟁 담론의 맹점을 제대로 짚어보기 위해서는, 근대화부터 쌓여온 지금 한국의 (그리고 각 사회의) 계급구조와 그로 인한 기회 불균등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한국이 갖은 악덕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진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 아니라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에 대체로 기회가 열려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지금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영끌’과 ‘금수저’, 각종 부정청탁이 뉴스에 나오는 시절에 아마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이렇듯 갈수록 구조와 계급에 대한 이해는 옅어지고 공정 경쟁만을 주장하는 까닭에는, ‘역사 정의’에 대한 고민을 아주 적은 사람들만 공유하고 있는 현실도 한 몫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사를 ‘청산’하려는 노력 안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쟁점들을 만나게 되기도 하지요. 선진국과 3세계를 분리하는 잣대 안에서 발전론적 역사관, 선형적 역사관이 기반하는 제국주의적 자본주의를 발견할 수도 있고요.
인간 모두의 권리, 즉 인권에는 응당 역사의 권리도 포함됩니다. 민권과 등치되던 개념을 넘어 인권이 권리를 가질 권리, 나면서부터 양도할 수 없는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권리로 확장된 것처럼, 역사 또한 국민국가의 기억과 국정 역사에 한정할 것이 아닌 결코 완결될 수 없는 끝없는 재현과 대의를 위한 귀기울임이 되어야 할 테지요…!
권리 없는 사람들의 권리, 역사 없는 사람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 다음 이 시간에는 각자의 현장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아카데미에 한 번이라도 참여하셨던 분들 모두모두 함께해주시기를 기대해요. 각자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든 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많이 많이 참석해주세요. 6월 28일 화요일 저녁 7시에 열립니다!
P.S. 밤이 깊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뒷풀이도 준비되어 있어요. 쌓였던 이야기 보따리 있으신 분들, 모두모두 6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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