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파친코 44화 / 안혜경

지금 파랑은

[파친코] 돌봄이 피어나는 우리 동네🌱 – 안혜경 파친님

설 연휴 잘 보내셨나요? 평소 만나지 못했던 가족·친척들과 안부를 나누고 돌아온 일상에 그간 나눈 인사말처럼 새해 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뜨문뜨문한 인사 사이에 놓인 일상을 촘촘한 안부로 채우는 복된 삶💕을 다짐하며, 2월에는 우리 동네 안부를 챙기는 부산돌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안혜경 이사장님을 파친님으로 모십니다!

#1. “파친님, 스스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부산돌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부산돌봄)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는 안혜경입니다. 부산돌봄은 지역사회 주민들이 협동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다양한 보건예방, 건강증진, 소모임 활동을 통해 건강한 주민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비영리 공익법인입니다. 이전에 지역자활센터에서 저소득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취업 안내도 했는데요. 그때 함께한 분들과 지금의 법인을 만들게 되었어요.
고향은 포항이고, 집 밖으로 너른 들이 펼쳐진 농촌에서 자랐어요. 1989년 5월에 부산으로 와서 아들·딸 낳고 살다 보니 어느덧 환갑이네요. 서울보다 남쪽이라 따뜻하겠거니 했다가 낙동강 강바람이 차가웠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강바람 함께 맞아온 동료들 곁이 가장 따뜻하게🥰 느껴져요.

#2. “파랑은 어떻게 알고 연을 맺게 되셨어요?”

2022년 부산돌봄을 사단법인에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조직변경하는 과정이 지난했어요. 법인의 구성원들과 생각을 나누고 방향을 모으는 시간이 절실했는데, 정귀순 이사장님께 이 문제로 의논을 드렸더니 비전 워크숍을 진행해주셨어요. 덕분에 서로 생각의 갈피를 잡고 그 시간을 지나올 수 있었답니다.

그다음 해인 2023년에 인권활동가 성장프로그램 ‘내 일의 리더’에 제가 (이사장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프로그램 중 지리산에서 진행한 마음돌봄워크숍은 지금도 아련하고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역에서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꼭 필요했는데, 파랑은 부산돌봄에게 그런 존재랍니다. 파랑에게 도움받은 만큼 저 또한 파랑의 친구💙로서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3. “강바람이 따뜻해지기까지의 시간이 궁금해요. 부산에 오셔서 우찌 지내셨어요?😅”

어린 시절 제가 살았던 곳은 버스도 잘 안 다녔던 터라, 산등성이 사이로 버스가 사라지면 그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궁금하곤 했어요. 대학교 졸업하고 친구들과 부산에 와서는 신발공장에 들어갔어요. 몇 군데 옮겨 다니다가 제조라인에서 족형(발모양의 형틀)에 가죽을 성형하는 기술을 배워 경력자가 되었어요. 당시 신발공장에는 컨베이어벨트 양쪽으로 앉아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5000명, 많게는 8000명 이상 있었어요. 주로 여성이었고, 시절 따라 노동 조건은 열악했어요. 사측 입장의 노동조합에 맞서 저희가 따로 고무노동자협의회를 만들어서💪 어용노조민주화운동을 했지요. 3년쯤 지난 어느 겨울날, 사하구에 있던 공장에서의 노동자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투쟁에 참여했는데 그 이유로(제3자 개입금지) 해고되었어요. 그때 같이 활동했던 분들과는 지금까지 30년 넘게 고무노동자모임을 이어오고 있어요.

해고된 후 결혼했는데 곧 IMF가 터졌어요. 인쇄업을 하던 남편의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던 중 2001년 자활사업이 제도화되면서 지역자활센터가 생겨났고, 다시 입사했어요. 그리고 맡은 사업을 잘 수행하여 부산 1호 자활기업인 부산돌봄사회서비스센터를 창립💐하게 되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취업하고 창업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남 일 같지 않아 보람 있고 즐거웠어요. 돌봄공동체의 첫걸음이지요.

#4. “관계로 이루어낸 훈풍! 부산돌봄을 사단법인에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부산돌봄사회서비스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서 20여 년간 산모·노인·환자·장애인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종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좋은 돌봄’이 뭘까? 고민을 쌓아왔어요. 그러다가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이게 정말 돌봄의 전부인가’에 맞닥뜨렸고, 내가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살고 존엄한 돌봄을 받을 수 있으려면 의료와의 협동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복지는 복지대로, 의료는 의료대로만 있는 구조 속에서 돌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게 부산돌봄은 2023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 인가를 받았고, 지난해 2월 ‘돌봄과 나눔의원’을 개원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의원에는 5대 암 검진까지 가능한 건강검진 기기를 갖추고 있어요. 부산돌봄은 부산에서 의료와 복지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사협으로서 최초이자 유일한 곳😉이랍니다. 개원하고 얼마 후 의료와 돌봄의 협업 필요성을 입증하듯, 복수가 찬 한 홀로 어르신의 상태를 요양보호사가 발견, 의원에 요청하여 의사가 방문진찰, (설득을 통한) 정밀검사 결과 암 말기 진단, 이후 수술적 치료보다 평안한 여생을 위한 돌봄으로 연계한 사례가 있었어요. 어르신들은 건강기능식품은 드시면서 병원 진료는 거부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어르신도 암인 줄 모르다가 상태가 악화됐다면 보호사도 어르신도 힘들었을 텐데, 선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잖아요. 의료사협으로의 조직변경은 기존 돌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5. “최초라는 수식어에 따라오는 우여곡절을 최선으로 만들기 위해 애써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이제 돌을 맞이한 부산돌봄의 포부를 말씀해주신다면요?”

먼저 우여곡절의 구체적인 예를 하나 말씀드리자면, 조합 안에서 사회복지사와 의료인의 소통에 시간이 필요했어요. 사회복지사에게는 ‘단순한 실수’가 의료인으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인 경우가 왕왕 있었거든요. 경각의 온도를 맞추어가는 과정이고, 어쩌면 앞으로 통합돌봄의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진통을 먼저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1년 동안 의료기관 개원, 건강검진기관 지정, 노인주간보호센터 설립, 방문진료사업 승인 등 본격적으로 통합돌봄을 위한 준비를 마쳤어요. 요즘은 돌봄과 나눔의원🏥 운영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검진뿐 아니라 가정의학과와 내과 진료도 하고, 다른 의료기관에는 없는 노인·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 방문 진료도 하고 있어요. 어릴 때 제가 유난히 볼거리를 자주 앓았는데, 병원에 간 기억은 없고 낫기만 기다리면서 막연히 사촌지간에 의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돌봄과 나눔의원이 아플 때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는 주치의가 있고, 믿을 수 있는 적정진료를 함으로써 치료보다 예방을 가치로 운영되는 병원이 되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지역사회의 돌봄 문제를 공동체가 해결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 부산돌봄이 총체적인 돌봄 제공이 가능하도록 흩어진 자원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점점 지역사회와 소통이 많아지고 있지만, 우리가 지역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더 많이 고민해야겠어요. 서로 제안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함께 할 조합원을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부산돌봄의료사협이 궁금하시다면! www.bsdolbom.or.kr)

#6. “마지막으로, 파랑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려요~”

파랑은 인권단체라 제가 활동하는 부문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돌봄을 하는 사람의 인권과 돌봄을 받는 사람의 인권까지 중요한 가치로서 공유하고 동반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파랑과 부산돌봄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을 도모하고도 싶어요. 뭘 하든 정성을 다해 진정으로 하시는 파랑이 곁에 있어서 든든합니다!

파랑에서 큰 길 따라 초등학교를 지나서 왼쪽으로 돌아 조금만 걸어가면 아파트와 주택 사이에 돌봄과 나눔의원이 있습니다. 다가올 봄이면 창 너머로 🌸벚꽃길이 환히 펼쳐질 그곳에 드나드는 분들의 마음도 언제나 환하면 좋겠습니다. 산등성이 너머를 바라보던 아이의 호기심은 어쩌면 세상을 향한 안부가 아니었을까요. 돌봄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파친님의 안부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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