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파친코 30화 / 이윤서

지금 파랑은

[파친코] 등 뒤에 선 사람🌲 – 이윤서 파친님

잎들을 떨구고 난 뒤🍂 나무 둥치에 옹이가 보입니다. 있는 듯 없는 듯 혹은 있어도 없는 듯 지나치는 곳, 그러나 누군가 은밀히 드나들고 또 은밀히 살아가는 곳. 2001년 2월 14일, 화재로 인해 8명의 사상자가 나오고서야 공공에 불리던 곳. 2002년 군산, 2018년 서울에서도 꼭 같이 화재로 인한 사상자 발생, 은밀한 일상과 공공의 노출 원인이 반복되는 곳. ‘그곳’의 이야기를 들려줄 11월의 파친님은 사단법인 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부설 살림상담소🍀 이윤서 소장님입니다!

#1. “파친님, 스스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부산에서 18년째 살면서 성 산업 현장에서 최전방이라고 불리는 상담소에서 7명의 활동가들과 함께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며, 반 성매매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윤서입니다. 전라도가 고향이라 그런지 요리에 재능이 있어 상담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분들의 점심을 가끔 해주고 있는데, 흑백요리사 이후 ‘요똘’(요리하는 똘아이🤣)이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2. “파랑은 어떻게 알고 연을 맺게 되셨어요?”

2023년 파랑의 인권활동가 소모임 지원사업 <모여랑>에 살림의 ‘나린아띠(성매매 피해 당사자 자조모임)’가 선정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같은 해 <건강돌봄 지원사업>에도 참여했고요, 연말 순항보고회에 가서 파랑의 순항을 바라며 친구💙가 되었어요. 올해는 인권현장 지원사업 <오늘의 인권>에 살림의 성매매방지법 제정 20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나비자리’🦋가 지원받으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 “살림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2004년 살림에 입사한 뒤로,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과 반 성매매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성매매 피해를 경찰에 고소하기 위해 피해 여성과 같이 가서 고소장을 작성하고, 그 사건이 재판으로 이어지면 법원에도 동행하여 그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심리적 지원☂️을 합니다. 또한 민사 소송을 위해 공증 사무실을 찾아다니고, 변호사를 선임할 때도 함께 가서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조력자로서 곁에 있습니다. 밤이나 새벽에 구조 요청이 오기도 해서 긴급구조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나비자리’처럼 성매매 근절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4. “살림에서 펴낸 『완월동, 사람들의 연대』(2021)라는 책을 보았어요. 파친님이 기획총괄을 맡으셨지요?”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은 1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한반도 최초이자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매매 집결지예요. 거기서 5분 떨어진 위치에 2002년 살림이 상담소를 개소했고,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완월동이 집결지 자활지원사업의 시범지역으로 선정됐어요. 살림 활동가로 일을 시작하면서 만난 첫 번째 장소였지요.

부산에서 완월동은 여성 인권을 착취·유린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관광지와 같아요. 여성들은 완월동을 잘 모르는데 모르는 남자는 없을 거예요, 와 봤나 안 와 봤나의 차이가 있을 뿐. 활동가들에게 완월동은 들어갈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이 있는 곳이었어요. 그곳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완월동 여성들🌹을 만나왔습니다.

잠시 제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 집이 속칭 여관바리(여관에서 생활하면서 성매매하는 여성) 골목에 있었어요. 철이 들어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집결지라는 사실을 알고, 우리 엄마는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완월동에서 활동하면서 업주와 나까이, 상인들을 만나며 어린 시절에 알고 지냈던 동네 사람들과 그 동네를 떠나지 못했던 엄마의 사연이 궁금해졌어요. 그것이 <완월동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여 만들어가는 성 착취 타파 프로젝트> ‘사연’📷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완월동에 삶의 터전을 두고 살아가는 주민들은 완월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변화하기를 바라는지 그동안 묻지 않고 듣지 않았더라고요. 또한 완월동에서 활동했고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도 궁금했고요. 그래서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사연’을 담아 기록집📙을 내게 됐어요. 그 기록집을 보시는 분들이 모두 완월동의 변화에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답니다!

(살림 창립자이자 현재 이젠센터 센터장으로 계신 정경숙의 『완월동 여자들』(산지니,2020) 책을 통해 완월동과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여성인권은살림(유튜브 채널)’과 ‘완월아카이브(wanwolwomen.co.kr)’를 통해 살림과 여성들이 함께 만들어간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5. 이토록 귀한 ‘사연’을 들려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한해가 지나가고 있는데요, 요즘 어떠세요?

올해가 성매매방지법 제정 20주년이라 서울과 지역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느라고 정신없이 보낸 거 같습니다. 게다가 상임이사 퇴임으로 그 대행 업무까지 하느라, 없는 정신이 더 없어 요즘은 정신만 잘 차리고 있자!😅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어요.

현재 완월동에는 성매매 집결지 조건부 폐쇄로 인해 여성들의 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저희는 완월동에 계시는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매달 2~3차례 현장 방문을 하며 살림을 알리고 있습니다. 2025년에 여성가족부와 부산시 매칭사업으로 진행하던 집결지 현장지원이 종료될 예정이라 그 이후를 고민하고 있긴 한데, 완월동에 있는 그날까지 변함없이🌲 여성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살림에서 지원하는 내담자가 그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에 제가 함께한다는 것이 뭉클할 때가 있어요. 그 길을 함께 걸으며 웃고, 울다가, 훌훌 털어버리고 마침내 떠나는 내담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제 모습이 좋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사람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 없이, 성 평등한 세상이 올 때까지 손을 흔들고 싶어요.

#6. (믓찐 언니, 우리 파친님!) 마지막으로, 파랑의 친구로서 파랑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파랑과 인연을 맺은 지 2년이 되어가는데, 그동안 너무 많은 응원과 도움을 받아서 파랑에 바라기보다는 앞으로 제가 파랑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서로 응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파친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터부(taboo)’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금기와 유혹 사이, 옹이 진 그곳을 향한 혐오와 두려움에 맞서며 ‘자율적 금기’를 실천하자고 외치는 파친님을 온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혹여나 남몰래 지치지는 않을까 싶어 힘이 되는 글귀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혹여’를 타파하듯 보내온 파친님의 대답💌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제임스 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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