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파친코 36화 / 정대훈

지금 파랑은

[파친코 36화]  여기서 뛰어라!🏃🏻‍♂️ – 정대훈 파친님

📢 “우리 사회는 이제 다시금 철학적 사유의 중요함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회에 뿌리내린 구조적 부정의를 마주하고 이를 변화시키는 이는 오직 성찰적 비판적 사유가 가능한 시민이다.” 작년 12월 3일 계엄 직후, 12월 12일 발표된 <정의로운 민주사회를 염원하는 철학자들의 시국선언> 중 일부입니다. 정권을 교체한 뒤, 앞으로 시민으로서 우리에겐 철학적 사유🌟가 더욱 필요하겠습니다. 부산대 철학과 정대훈 교수님을 6월의 파친님으로 모십니다!

#1. “파친님, 스스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철학을 30년 이상 공부하며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부산대 철학과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정대훈👨🏻‍🏫이라고 합니다. 철학은 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 젊을 땐 학부 졸업 후 사회에 나가 몸으로 부딪치며 사는 것을 꿈꿨지만, 그럴 만한 용기가 없어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그렇지만 철학을 공부해 오면서 ‘실천적 지식인✒️’이라는 오래된 지식인 상을 한 번도 버린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어 파랑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나 봅니다.

#2. “말씀하신 김에, 파랑은 어떻게 알고 연을 맺게 되셨어요?”

작년 파랑에서의 <부산인권아카데미> 강연이 계기였어요. 저보다 먼저 제 친동생인 부경대 법학과 정영훈 교수가 파랑에서 강연한 적이 있는데, 아카데미에서 철학 쪽으로도 공부하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정영훈 교수가 저를 소개하게 됐지요. 그래서 부산대 철학과의 김준수, 양창아 선생님과 함께 ‘인권과 철학’💫이라는 시리즈 강연에서 ‘헤겔의 법철학과 인권’을 주제로 강연을 하며 파랑과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인연💙이 이어져 현재 진행 중인 <부산지역 인권운동 세미나>에서 무려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제가 병아리🐣 같습니다. 많이 배우려 하고,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씀을 드릴 수 있다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3. “파친님은 어쩌다😅 철학을 공부하게 되셨어요?”

철학을 공부하지 않았으면 무엇을 할 수 있으려나 싶은데, 철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책을 별로 많이 읽지 않지만, 고등학생 때나 재수할 때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 같은 작품📚이 인간에 내재하는 모순과 긴장에 대해 어렴풋하게 일깨워주며 저를 조금씩 철학으로 이끌었던 것 같아요. 사실, 철학과에 진학하기로 한 것은 본래 가고자 했던 영문과에 지원하기에 점수가 충분치 않아😭 하룻밤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랍니다. 이후 학부와 석사, 박사과정에서 모두 철학을 공부하였으니, 그 하룻밤이 제게 결정적이었네요.

학부와 석사과정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에서, 박사과정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보냈습니다. 장장 10여 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는 서울(수도권)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부산대로 옮기기 전에는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한국공학대학교(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양학부에서 4년 반 동안 교육을 전담하는 교수로 생활했습니다. 한국공학대의 선한 학생들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어요.

#4. “헌정 위기의 지난 6개월 동안, 파친님도 참여하신 ‘철학자들의 시국선언’과 파친님이 쓴 기사에 위안을 받기도, 반갑기도 했는데요. 지금 저희에게 필요한 철학적 사유란 무엇일까요?”

저는 주로 철학을 공부하며 생애(?)를 보내왔음에도, ‘근본을 탐구하는 학문’과 같은 교과서적인 정의 말고는 철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답하기 어렵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묻지 않는 곳에서 묻게 되면, 그리고 물을 수 있는 곳까지 계속 물어가면🧭 그 어느 곳에서부터인가 철학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철학적 사유라는 건,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여 사회의 경직되고 고착된 규범과 질서의 근본 자리에 주목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앞서 제가 파랑에서 한 강연의 주제가 ‘헤겔의 법철학과 인권’이라고 했는데, 헤겔의 철학 일반, 무엇보다도 『법철학』은 자신의 시대, 즉 동시대에 형성된 새로운 규범적·정치사회적 정황을 사상으로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근대’라는🚂 공통명칭으로 인해, 그의 시대는 동시에 우리의 시대이기도 하지요. 헤겔이 당대의 유럽 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인간의 평등한 자유’가 보편적 세계사의 이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인권’의 관점에서 현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요. 고전 및 텍스트를 잘 독해하여 정리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독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동료 연구자들과 토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학문적 태도이겠지요. 이런 토론 문화 속에서라야 자생적인 철학이 나온다는 것🌱을 저는 독일 유학생활을 통해 알게 됐어요. 그래서 파랑에서의 강연 이후, 인권의 철학적 근거와 담론들을 어떻게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주고받았던 토론시간을 참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답니다.

(📰기사 참고 :  헌정 위기는 역사의 위기… 200년 전 헤겔의 통찰 [.txt])

#5.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이끌어주신 파친님께 감사했어요. 부산에서의 철학생활은 어떠신가요?”

부산대에 와서 한 학기가 채 지나지 않아 부산과 부산대, 또 철학과의 사람들이 좋아서🥰 금방 학과에 스며들었고, 지금은 부산대 철학과에서 교육과 연구를 하는 것이 제 삶의 아주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가장 관심을 쏟는 일은 우리 철학과 대학원이 교육부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BK(Brain Korea)21이라는 사업👥입니다. 저희는 ‘복합위기대응철학’이라는 어젠다를 가진 교육 및 연구를 지향하고, 파랑과도 이런 모색 과정에서 업무협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제 바람은 파랑과의 협업을 토대로 지역사회 및 지역사회를 넘어선 범위에서 의미 있는 활동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대 철학과 대학원은 BK21 다음 단계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이를 위해 과의 다른 선생님들과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 부산대 철학과 대학원에서 ‘소수자 인권🌈’을 주제로 대학원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 세미나에서는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님의 소수자 인권에 대한 총론 특강을 필두로 이주민 활동가 또뚜야님(이주민 인권),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권명아 교수님과 활동가 모리님(젠더/성소수자 인권), 부경대 법학과 정영훈 교수님과 민주노총 지도위원 김진숙님(노동 인권), 그리고 대구대 장애학과 조한진 교수님과 최영아 활동가님(장애 인권)이 한 학기 동안 한 달에 두 분씩 짝 지어서 특강을 해주실 예정입니다. 활동가 분들은 파랑에서 섭외에 힘써 주셔서 세미나 계획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분들을 모시고 진행하는 만큼, 의미 있는 진행 방식을 고민하고 있답니다.

앞으로 제게 벼락과 같은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부산과 부산대 철학과를 ‘제2의 고향’❣️과 같이 여기고 살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6. “앞으로 벼락을 조심해 주시고요.🤣 마지막으로, 파랑의 친구로서 파랑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파랑에 가면, 세 분의 환하고 편안한 환대에 늘 감사하고 이제는 마치 집(!)에 들르는 것처럼🤗 익숙해졌답니다. 그리고 파랑과 함께하면서, 수도권에 비해 지역에는 활동가를 위한 인적·물적·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역의 인권 활동가들을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 주시는 파랑의 소중한 활동🐳이 앞으로도 계속 활발하게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집에 들르듯 환하게 들어오시는 파친님을, 파랑은 두 팔 벌려 맞이하지 않을 수가 없답니다. “저는 성격이 느리고 연구 속도는 더욱 느리며 일하는 속도는 가장 느린 사람🐢입니다.” 건너뛴 자기소개 문장을 불러와 소곤거리자면, 촘촘한 사유의 세계 바깥에서 만난 파친님은 살짝 허술함(!)이 엿보여 친근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파친님은 한편, 파랑이 부탁드린 일을 거절한 적이 없답니다. 당신이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실천적 지식인’이라는 오랜 꿈을 실현하는 파친님🐬께 딱 어울리는 문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 – 헤겔 『법철학』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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