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시아평화인권연대와 함께 한국군에 의한 양민 학살이 있었던 베트남 중부지역에서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어떤 마음으로 하고 계신가요?
제가 결혼생활을 울산에서 하다가 8년만에 부산으로 돌아왔는데, 저를 지켜보던 정귀순 대표님이 혼자 외국에 가서 쉬는 시간을 보내는 게 어떠느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베트남으로 여행을 갔는데, 대표님이 소개해준 사람 집에서 하룻밤 자면서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됐어요. 베트남 전쟁 때 민간인 학살이 엄청 있었다고. 사실은, 저희 아버지가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고 제가 5살 때 베트남에서 돌아가셨어요. 쉬려고 왔는데, 기억에도 없었던 아버지가 그렇게 생각이 났어요. 마음이 정말 복잡해졌어요.
난생처음 홀로 여행하는 데 두려움도 있고 긴장도 되고, 아버지 생각에 충격도 받은 상태였는데 가는 과정에서 기차도 타고, 버스도 타면서 베트남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좋은거에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아버지의 딸로서 여기 온 것이 인연이다 싶고, 환대와 친절 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생각도 부정적인 감정을 넘어 다시 하게 됐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가족들과 상의를 했죠. 베트남은 아버지를 잃은 곳이라 가족의 상처로 기억되고 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베트남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이름으로 장학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사업은 우리 가족 기금으로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다 고갈되었어요. 지금은 이 일에 동감하고 있는 분들, 부산 지하철 노조라든가 각자 또 다른 위치에 있는 분들이 계속 기금을 모아주고 계세요. 우리 가족들이 맨 처음 꽃씨를 뿌렸다면, 이후 꽃 피우는 활동을 다른 분들이 하는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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