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랑] 온자람협동조합, 활동가 역량 키우기 🌱

지금 파랑은

🌿 파랑은 부산지역 인권활동가들의 작은 모임을 지원하는 <모여랑>을 운영하며, 올해 3개의 활동가 모임과 만나고 있는데요.

🌿 부산지역 느린학습자 양육자들이 주체가 되어 설립한 ‘온자람 협동조합’이 느린학습자를 위한 지역 활동가 역량 키우기를 주제로 공부모임을 진행중이에요. 온자람 협동조합의 김소연 이사장님이 보내주신 모임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 나는 느린학습자를 키우는 부모입니다. (온자람 협동조합, 김소연)

요즘 많이 이슈가 되고 있는 경계선지능인 혹은 느린학습자가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경계선지능인 또는 느린학습자라 함은 지능지수(IQ) 71-84를 가지고 있고, 정규분포상 인구 약13%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장애와 비장애 경계 사이에서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이지요. 지능지수만으로 정의하기엔 사회 정서적 측면 등 복잡한 사항들이 있어서 경계선지능인보다는 좀더 포괄적 의미에서 느린학습자라 부릅니다.

현재까지는 연구자료들이 충분치 않아서 느린학습자의 정체성, 정의를 논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지만, 느린학습자들은 인지적·사회적·정서적 특징으로 생애주기별로 그 환경과 지원에 따라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학령기에는 학습 부진과 또래 관계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지속적인 부정적 피드백으로 정서적 불안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청년기에는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겪거나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적절한 교육과 정서적 지지 등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이들이기도 합니다.

제 아이는 선천적 질환으로 잦은 수술과 입퇴원을 반복하였고, 유전적 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복잡한 경계선지능인 느린학습자에 속합니다. 2022년 타 지역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와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상태에서 아이의 또래 친구 만들어보고자, 아이의 어려움을 이해해보고자 검색을 하다가 사단법인 느린학습자시민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시민회를 통해 부산지역 모임을 소개받아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활동을 시작할 무렵엔 아이도 엄마도 이웃의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 그리고 엄마로서 아이의 어려움을 좀더 이해하고 싶은 가벼운 마음이었는데요. 그러다 활동의 공신력을 키워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협동조합 설립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생각지도 않은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면서, 내 아이만이 아니라 느린학습자를 키우는 부모와 당사자인 아이들이 겪고 있는 너무나 많은 어려움과 마주하게 되었어요. 무거운 책임감과 동시에 스스로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때론 자괴감이 드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부산인권플랫폼 파랑의 정귀순 이사장님과 만나 소통하며 <2024년 인권활동가 소모임지원사업 모여랑>의 지원을 받게 되었어요. 부산지역 느린학습자 부모들이 함께 만든 온자람 협동조합은 이번 사업을 통해 활동가로서의 역할, 자신의 역량에 대한 질문과 부산지역에서 느린학습자라는 키워드로 함께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을 느린학습자시민회의 송연숙 이사장님과 함께 하고 싶었어요.

“느린학습자는 제도권의 행정 지원 안에서도 또 다른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수혜자 마인드가 아닌 부모 당자자성으로 움직여야 한다. 내 아이만의 어려움이 아닌 많은 아이들의 어려움을 바라봐야 한다. 생애주기별로 그 어려움과 요구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운영진 분들 너무 고맙습니다.” (참여 부모님)

“그동안 가지고 있던 물음표에 대한 조언도 들었고, 답답한 마음들 하소연하고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운영진 후기)

“느린학습자시민회의 송연숙 이사장님께서 청년 느린학습자 등 상담을 하고 계시기에 현실적인 경험담과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이의 어려움을 미리 알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운영진 후기)

같은 어려움을 갖고 모인 사람들을 대변한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고, 그 어려움을 더욱 분명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특히 조직을 이끌고 서로 다른 의견들을 조율해 가는 과정에 스스로의 경험 부족과 한계를 느끼며 혼란스러울 때도 많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모여서 함께하면서 서툴지만 조금씩 목소리를 내는 우리의 활동들로 부산지역내 ‘느린학습자’ 의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물결들이 모여 파도가 되듯이 우리의 모임, 우리의 활동들이 널리 퍼져나가기를 기대해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제자리를 지켜갈 수 있도록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활동을 꾸려나갈 장소를 아낌없이 내어주신 파랑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느린학습자 의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앞서 활동하신 (사)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님 이하 올해 만들어진 전국느린학습자부모연대 지역 커뮤니티 대표님들도 너무 존경스럽고 감사합니다. 더불어 저희 모임과 활동에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하고 계신 부모님과 아이들 정말 고맙습니다. 자발적 헌신과 봉사로 함께하고 있는 온자람 운영진도 너무 멋지고요!

🌿 느린학습자의 양육자로 함께 고민을 나누다, 부산지역에서 느린학습자 의제를 확산해가는 활동가로 성장해가고 계신 ‘온자람 협동조합’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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