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40화] 쓰는 사람📝의 곳간 – 김대성 파친님
올해 유난히 비가 잦다만, 푸른 하늘과 선선한 바람, 다정한 볕이 깃든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이 가을 혹은 평소에 책을 읽으시는지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읽고픈 책을 고르는 시간 자체가 쉼이 되기도 하던데요. 읽는 사람이 있으려면 쓰는 사람이 먼저 있기 마련, 10월에는 비평가이자 출판사 <곳간>의 대표 김대성 파친님을 모십니다!
#1. “파친님, 스스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부산을 터로 삼아 비평 작업을 이어가며 독립출판사 <곳간>📚을 꾸리는 김대성입니다. 오랫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해왔는데, 올해 그만두었어요. 2010년 즈음부터 대학 바깥에서, 문학 제도 바깥에서, 주류 바깥에서, (정서적으로라도) 부산 바깥에서 작은 모임🪺을 열어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짓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책을 펴내는 일에 더 힘쓰며 즐겁게 거닐고 있답니다!
#2. “파랑은 어떻게 알고 연을 맺게 되셨어요?”
파랑 이전부터 <곳간>의 모임에서 지금 파랑의 한아름 사무국장님을 만나 알고 있었어요. 덕분에 현장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멀거나 가까운 친구들이 파랑 곁에 머물며 크고 작은 일을 돕고 있는 걸 지켜보면서 작게나마 저도 뭔가를 돕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파랑의 첫걸음부터 가까이에서 응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 “파친님은 언제부터 어떻게 ‘쓰는 사람’이 되셨어요?”
부모님이 오래 일용직 노동자로 맞벌이를 하셔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어머니가 방문 판매용 전집류를 꾸준히 ‘업데이트’ 해주셨는데, 자연스레 책을 읽으며🌙 부모님이 돌아오는 저녁이 되길 기다렸던 거 같습니다. 대학 졸업할 때쯤 소설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시간을 벌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훌륭한 선배를 만나 100원 짜리 믹스커피를 마시며 선 채로 2-3시간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읽는 사람,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2007년에 문학평론으로 등단🎉하면서 글 쓰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의욕을 갖게 되었고요.
그런데 청탁 원고 쓰는 일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처럼 여겨져서, 그 에너지의 방향을 틀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임 기획에 쏟았습니다. 2013년 7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책 한 권을 정해 “문학의 곳간”💐이란 모임을 꾸리고 있는데, 10년 넘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들과 관계를 이어가고 있답니다. 누군가 이야기를 내어놓고 다른 누군가 그것을 귀담아듣는 자리를 펴는 일🌈에 애써 왔습니다. 언제 어디서라도 저마다의 ‘살림’ 보따리를 풀어놓는 자리를 앞으로도 잘 가꾸고 싶어요~
#4. “말 그대로 살림 보따리가 가득한 곳, 출판사 <곳간>을 소개해주세요!”
‘곳간’이라는 이름은 ‘살림’이 세상을 돌보고 보살핀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이름이에요.
처음에 <곳간>은 “생활예술모임”으로 시작했어요. 그 모임에서 주고받은 말을 묶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해왔답니다. 어떤 책에서도 읽지 못한 반짝임을 담고 싶고, 모임에서 아낌없이 나누었던 볕이 사그라드는 데 안타까움을 느꼈거든요. 기록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 받)거나 기록할 수 없는 것을 기록하는 일✏️이 내가 해야 하는 비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만난 말들을 책으로 펴내려면 먼저 ‘책’ 꼴을 갖춰야 하더라구요. 출판사를 설득하는 동안 깎여나가고 때론 몇 걸음 물러서야 하고, 때론 과장해서 부풀리거나 의미 부여를 해야 한다는 강박과도 마주하면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책으로 펴낼 수 있는 출판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덜컥 출판사를 차렸어요. 그렇게 <곳간>은 2022년부터 “출판사”가 되었고🎊 문학을 중심에 두되 로컬, 젠더, 정동이 어우러진 인문·예술 분야의 책을 펴내고 있습니다.
#5. “출판사 운영이 만만찮을 텐데요- ‘쓰는 사람’과 ‘펴내는 사람’의 균형을 어떻게 이루고 계셔요?”
출판사 운영의 물리적인 어려움은 굳이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거 같구요.😅 좋은 책을 내야 한다, 잘 만들어야 한다고 할 때, 저 막연한 ‘좋은’과 ‘잘’을 만드는 장력에 휩쓸려가는 게 아니라 그게 무얼 가리키는지, 또 어디를 향하고자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게 쉽지 않네요. 1인 출판사여서 의논할 동료가 없다는 것도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이구요. 하지만 모임을 꾸리는 것처럼 낯선 이들과 어울려 책을 편집하고 기획도 함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어요.
저는 출판을 비평의 연장으로 여기고 있어요. 글쓰기는 꼭 종이 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잖아요. 모임을 꾸리고 자리를 펴는 일도 ‘쓰기’이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말을 덧붙이는 일 또한 ‘쓰기’가 아닐까요? 내가 썼다는 소유권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상당히 많은 쓰기의 세계가 열린답니다. 제가 사는 장림에서 다대포해수욕장을 지나 장림포구와 장림시장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면 10km가 조금 넘는데요. 동네를 달리는 동안🏃🏻 몸과 마음을 펼쳐서 이 길 위에 발걸음으로, 숨소리로 무언가를 ‘쓴다’는 걸 매번 느껴요. 종이가 아닌 곳 위에 쓰인 글들을 알아보고 묶는 일이 제겐 비평과 다르지 않아서요. 펴내는 사람이 되고 나선 쓰는 일이 더 풍성해졌다고🌳 여겨요~
#6. “올해가 얼마 안 남았는데, 곳간에서 여는 모임이나 계획이 있다면 자랑해주세요!”
저는 늘 모임을 열 생각💡으로 가득한데요. 2015년부터 해마다 <회복하는 글쓰기>라는 모임을 느슨하게 꾸려왔는데, 올해는 <책-살림-쓰기>와 <비평이(아니)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중심에 둔 모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열어보고 싶어요. 아는 걸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알게 되는 게 더 많기에 우리 모두의 곁에 늘 글쓰기🌿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곳간>에서 새 책들을 펴낼 예정입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함께 소설 앤솔로지(김멜라, 김보영, 김숨, 박솔뫼, 정영선)를 1년 동안 준비했고 12월 초에 내어 놓으려 해요. 11월엔 ‘맨손문고’라는 작은 책 시리즈의 첫 책을, 내년엔 차별 받아온 역사 아래에 흐르는 페미니즘에 관한 번역서를 선보일 참입니다. 오래 준비해온 제가 쓴 책🤗 두 권도 내년엔 내보일 거예요. 지금 떠오르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파랑과도 이어진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흘러가서 파랑에 특별 후원금을 드리고 싶어요!
#7. “특별한 책을 기다리며!🥰 마지막으로, 파랑의 친구로서 파랑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파랑과 멀어지지 않고 곁에 있으려는 애씀만으로도 저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보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거 같아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파랑이 일으키는 물결🌊을 느끼곤 한답니다. 인권 활동가와 단체를 위한 지원을 이어나가는 동안 파랑의 활동가들도 쉼과 성장을 고루 누리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언제든 <문학의 곳간>에 발걸음 해주세요. 기쁜 마음으로 파랑의 친구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둘게요!
‘인권의 서재’라 부르는 파랑의 책꽂이에는 파친님이 보내주신 <곳간>의 책들이 있습니다. 책을 펴낼 때마다 잊지 않고 챙겨주시는 마음이 <곳간>의 주제인 ‘살림🌾’과 꼭 닮았지요. 이 가을에는 우리도 읽는 사람이자 쓰는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글쓰기는 꼭 종이 위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파친님의 말이 진짜인지🙄, 나의 이야기를 <곳간>의 모임에서 펼쳐볼까요?
📚출판사 곳간이 펴낸 책들
몸 이야기 『혼란 기쁨(김비, 2025)』
살림글모음 『살림문학(강경주 외, 2025)』
우리말돌봄글 『우리말꽃(최종규, 2024)』
여행사진에세이 『여행하는 낱말(박로드리고세희, 2023)』
걸음으로 쓴 소설집 『안으며 업힌(이정임 외,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