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랑은 부산지역의 다양한 인권현장활동과 긴급한 인권현안대응 활동을 지원하는 <오늘의 인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네 곳의 현장과 함께하고 있는데요. 그중 한 곳, 부산어린퀴어센터의 ‘어린퀴어 권리찾기 프로젝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부산어린퀴어센터는 청소년이면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차별과 억압으로 인한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실천으로, 누구나 나답게 살 수 있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청소년인권단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부설기관입니다. 부산지역의 아수나로 활동가들이 현장성에 기반한 청소년운동, ‘청소년들’에서 지워지는 성소수자들의 삶을 드러내는 청소년운동을 꿈꾸며 만든 조직이에요.
✨ 어린퀴어 권리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 청소년 성소수자의 삶이 단순히 고립되어 있거나 차별 받는 피해자의 모습으로만 그려질 수 없음을 확인하고, 청소년 성소수자의 역동성과 다양함을 세상에 드러내는 활동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첫 번째 활동은 청소년 성소수자 당사자 모임이었는데요. 2023년 말부터 이어온 부울경 지역 청소년 성소수자 커뮤니티인 <퀴어운 영남 청소년>을 확대·지속해 운영했습니다. 당사자들과 함께 준비팀을 꾸리고, 번개모임과 정기모임의 형식으로 청소년 성소수자로 겪는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여봐요, 퀴어나무 : 부산·울산·경남 어린퀴어 작은 이야기모임>를 진행하면서는 공동체 프로그램이 중심이 되기보다 정말 대화에 집중하는 모임을 진행해봤어요.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갈등으로 이어지는 일들을 피하고자, 모임 과정에 서로의 삶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애를 썼습니다. 다행히 참여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청소년 성소수자 커뮤니티 경험을, 활동가들에게는 다양한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만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답니다.

🎤 두번째 활동은 영남권 청소년 성소수자 삶 구술 아카이브인데요. 활동가들은 청소년 성소수자 당사자모임을 진행하면서 내부의 이질성들을 발견했습니다. 계급, 젠더, 인종, 질병, 장애 등등 서로의 삶을 조건과 모습을 다르게 하는 ‘차이’를 발견한 거죠. 그런데 이런 차이들이 다른 삶을 사는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거리두기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트랜스젠더 퀴어청소년들이 자신의 성별을 ‘증명하고 인정받기’ 위해, ‘과도하게 자신을 표현함으로써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느낀 경우가 있었고요. 커뮤니티 내부에 존재하는 ‘따돌림’과 ‘사이버 불링’ 또는 ‘인정받기 위해 일진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언급하며, “또 하나의 학교에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한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퀴어 친구가 이미 많고, 고립됐다기보다는 놀고 싶어서 나오는 거고, 딱히 커뮤니티는 필요 없다’며 모임의 취지와 목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내부에는 매우 다양한 삶과, 매우 다양한 욕구들이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이 청소년 성소수자를 피해자 내지는 ‘외로움을 경험하는 고립된 사람’으로만 협소하게 해석하고, 그에 기반한 모임을 꾸려왔던 것은 아닌가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모이면 차별과 혐오 경험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연결감과 연대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예단했던 것은 오류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활동을 통해 발견한 차이들에 좌절하기보다는 기록을 통해 알려내고, 향후 활동에 반영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구술기록활동은 당사자의 “말들”(언어와 표현/구술)을 그대로 듣고, 정해진 틀에 따라 편집하거나 운동의 목적에 맞춰 해석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기록으로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하였고, 총 11명의 구술기록을 자료집 형태로 발간할 예정입니다.
👨🏫 그간의 활동 과정과 고민들을 담아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함께하는 인권운동을 조직해온 ‘선배 활동가’들의 자문도 받기도 했는데요. 청소년인권운동에서 시작된 부산어린퀴어센터가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이 가진 다양한 결의 역사과 고민을 들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자문 의견은 이번 활동의 과정과 활동가들의 고민을 담은 글과 함께 구술기록자료집에 묶어 발간할 예정입니다.
😹 후! 정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활동 과정이었는데요. 2024 <오늘의인권> 지원사업을 통해 부산어린퀴어센터는 청소년 성소수자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한 역량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활동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청소년 성소수자 내부의 이질성을 마주하면서, 차별과 혐오의 피해자로만 사회적 관계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당사자로만 설명될 수 없는 다양한 ‘어린’+’퀴어'(성소수자)들의 삶을 발굴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 부산지역 청소년 성소수자 사업의 확장과 성장에도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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