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파친코 26화 / 김아이잔

지금 파랑은

[파친코] 바닷가에 우뚝 선 나무🌳 – 김아이잔 파친님

여름휴가가 언제냐는 (조심스러운) 질문을 주고받는 요즘입니다. 무더위, 폭우와 장마☂️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텐데, 쉬지 못하는 환경에 있는 분들을 떠올리며 미안한 마음이 한켠에 자리합니다. 모두에게 나무그늘 밑 잠깐의 순간이나마 주어지길 바라며, 무성하게 뻗어가는 초록의 기운🌿을 나누어줄 7월의 파친님은, <이주민과함께>의 김아이잔 님입니다!

#1. “파친님, 스스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주민과함께>👐라는 부산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아이잔입니다. 중앙아시아에 있는 키르기스스탄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부산에 정착한 지 올해 14년 차에요. 이주민 당사자로서 사회 안전망에서 배제되는 이주민들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고, 그들의 인간으로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일하고 있어요. 꼼꼼하고 믿음직하게(ISTJ 계획적인 성격을 가진 완벽주의자!), 타고난 카리스마😉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살고 있는, 저는 이주민 활동가입니다!

#2. “파랑은 어떻게 알고 연을 맺게 되셨어요?”

현재 파랑에 계신 정귀순 대표님과 한아름 선생님이 <이주민과함께>에 같이 있을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당시 저는 새내기 활동가🌱였고, 선배인 한아름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은 게 많았거든요. 더 이상 함께 활동하지 못한다는 건 슬펐지만, 한편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파랑>의 창립을 응원했습니다. 그때부터 파랑의 친구💙가 되었어요!

#3. “파친님, 키르기스스탄은 어떤 곳인가요? 한국으로 오시게 된 이야기도 궁금해요!”

제 고향인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부를 만큼 아주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합니다. 땅의 80%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거든요. 키르기스스탄은 소련에서 독립한 지 이제 33년째인 젊은 나라입니다. 러시아연방의 구성국이었기 때문에, 현재 공식 언어로 키르기스어와 러시아어를 씁니다. 학교도 키르기스어 학교와 러시아어 학교로 나뉘어 있는데, 저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비슈케크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을 러시아어로 받아서 모국어보다 러시아어에 더 능숙합니다.

부모님은 키르기스 사람이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한테 한국인과 많이 닮았다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졌어요. 제가 언어습득능력이 뛰어나서😚 2011년에 어학연수로 한국에 왔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여 예쁜 딸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면서 한국 생활에 점차 적응했고요. 딸이 6살이 되고 아직 엄마 손이 필요한 나이였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싶은 열정🌹이 커졌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공공의료 통번역 전문교육 참여로 <이주민과함께>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동안 활동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만큼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뭐니 뭐니 해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어서 제 자신이 뿌듯합니다.

#4. “그때부터 <이주민과함께>에서 활동하신 건가요?”

<이주민과함께>와는 2018년도에 연을 맺었습니다. <이주민과함께> 부설기관인 <이주민통번역센터 링크>에서 공공의료 통번역 전문교육을 수료한 후 <이주민과함께>에서 주최한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주민무료진료소🩺에서 통번역 활동가로 자원활동도 하고, 부산시내 초등학교에 찾아가 ‘다문화감수성교실’ 강의👩🏻‍🏫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경제적인 자립을 원했던 마음이 크고 전문적인 통번역사가 되고 싶어서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의료관광회사에 취직해 러시아어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는😷 바람에 일거리가 없어졌습니다. 잠시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이주민과함께>로부터 상근활동을 제안받았습니다. 의료관광회사에서도 일을 재미있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다가 미안하게도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회견에 발언 요청이 들어와서 참여하게 되었는데 기자회견 마친 후 두 번째로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제안을 받아보니까 사실은 놀랍고 고마웠습니다. 저를 실력 있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였으니까요. 결국 동의해서🤝 그렇게 <이주민과함께>에서 활동한 지 지금 4년 2개월 되었습니다.

#5. “이주민 활동가로서의 일상이 어떠셔요? 올해 하고 계신 일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늘 그렇듯이 바쁩니다. 활동가로서의 역량이 쌓일수록 그만큼 일도 많아지게 되더라고요. 올해는 아름다운재단과 협력하여 큰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등록 신분의 부모 사이에 태어나 아무런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주민 영유아들에게 의료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액의 병원비 때문에 경제적 위험성이 높은 취약계층 이주민 가정의 영유아 11명에게 일정한 의료비를 지원하며 사례 관리도 하고 있습니다. 실무가 좀 많긴 하지만 지원을 받은 당사자의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끼고 힘을 얻게 되더라고요. 부모의 신분,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한국에서 자라고 있는 모든 아동의 생명이 존중되고 최소한의 건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정책개선 활동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저는 차별이 없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될 때까지 이 길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6. “든든한 파친님~ 마지막으로 파랑의 친구로서 파랑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한 말씀!”

작년에 파랑에서 진행한 건강돌봄 지원사업 중 치과진료 지원을 받았어요.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비용이 부담스러워 못하고 있었거든요. 덕분에 치료 잘 받고 이제 활짝 웃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렇듯 활동가들을 위한 지원조직으로서 파랑이 그 역할을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활동가가 지치고 힘을 얻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고 찾아갈 수 있는 단체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드넓고 드높은 산자락을 바라보며 자란 나무의 씨앗이 바람 따라 훌훌, 바닷가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낯선 흙 속으로 쭉쭉, 바람과 볕을 거름 삼아 견디다 보니 하늘이 이만큼 가까운데 어느덧 그 아래 다른 나무들이 기대어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늘을 내어주며 싱그럽게 뻗어가는 파친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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