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41화] ‘지가 깨서’🐣 바랄 나위 없이! – 정나위 파친님
잔뜩 움츠러들게 하는 날씨에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쨍! 정신이 깨는 것 같습니다. 맑은 것은 세상을 온전히 비추어 때로 시리기도 한데, 이맘때 즈음 제가 품은 하늘 같은 외침☀️이 그러합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55년 전 불 속에 스러진 한 노동자의 기일이 있는 11월, 그의 외침이 여전히 유효한 세상에서 함께 기리는 마음🕯️으로 모신 이달의 파친님은 정나위 부산지하철노조 사상역무지회장님입니다!
#1. “파친님, 스스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노동조합 활동가 나위입니다. 부산지하철에서🚇 교대근무하는 역무노동자이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지하철노조 역무지부 사상역무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곧 네 살이 되는 어린이와 함께 사는 양육자이자, 공인노무사이기도 합니다.
이름이 특이해서 ‘활동명이에요?’ ‘본명이 뭐에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요, 본명입니다. 외삼촌이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외삼촌은 민예총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셨고, 산을 사랑하는 분이에요. 종종 글도 쓰시고요. 어렸을 때 함께 살기도 했는데, 제 이름을 ‘더할 수 있는 여유🌙’라는 뜻에서 ‘나위’로, 동생 이름은 무엇이든 잇는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이을’로 지어주셨어요. 동생은 특이한 이름을 부담스러워했는데, 저는 이름에서부터 주목받는 게 좋았어요. 제 아이의 이름 ‘얼’도 어울림, 하나됨이라는 뜻으로 삼촌이 지어주셨어요.
#2. “파랑은 어떻게 알고 연을 맺게 되셨어요?”
2021년 부산에 오면서 ‘지역에 후원하거나 함께할만한 단체가 있을까’ 궁금해 이곳저곳을 찾아보게 됐어요. 그 전부터도 여러 단체를 후원했는데요. 부산에 오면서 ‘모든 단체=서울에 거점을 둔 단체’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역에 오고서야 그런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저도 서울이 한국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거죠. 비수도권 시민으로 살게 되어🙄 내가 몰랐던 걸 보게 된 만큼, 앞으로 후원의 절반은 꼭 지역 단체에 하자고 다짐했죠. 그렇게 후원을 시작한 곳이 <파랑>, <반빈곤센터>, <홍예당>, <마중> 등이에요. 아직도 후원처의 절반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네요. 좀 더 분발해야겠어요.
<파랑>을 발견하곤 바다에서 등대를 본 기분💙이었어요. 부산에도 이렇게 멋진 일을 하는 단체가 있다니 싶어 너무 반가웠죠. 만들어진 지도 얼마 되지 않았더라고요.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의 단체를 잇고 지원하는 인권단체라니, 너무 대단하잖아요. 어떤 분들이 이렇게 멋진 단체를 만들었나 싶어 정귀순 선생님 인터뷰도 찾아보고 [나, 활동가]도 읽어봤어요. 부산에서 활동가로 살면 이분들과 연결될 수 있겠구나 싶어 든든했습니다. 제대로 밀어줄 단체가 있다는 것도 활동가들에게 큰 기쁨이에요~
#3. “앞서 여러 정체성으로 소개해주셨는데, 하나씩 여쭤볼게요. ‘노동조합 활동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부터 듣고 싶어요!😃”
저는 노동조합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운동도 여러 갈래가 있잖아요. 저는 그중에서도 노동에 관심이 많았고, 노동조합이 참 좋더라고요. 제가 사람과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노조에는 가장 힘들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대학교 3학년 때 학내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만드는 과정에 함께했어요. 겨울방학에 학교 건물을 다 다니며 휴게실에 찾아가 설문조사도 하고, 밥도 먹으며 노조 설립까지 함께하게 됐죠. 번듯한 대학 건물 지하나 계단 밑이 그분들의 휴게실🧹이더라고요. 그곳에서 포트로 물 끓여서 밥을 해 드셨어요. 처음에는 노조를 무서워하고 찾아가도 문을 안 열어주시기도 했는데, 결국 노조를 만드시더라고요. 그 뒤로 매년 투쟁해서 임금 올리고, 학교에서 ‘보이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에 쭉 함께했어요. 대학 강단에서 여성이나 약자의 권리를 연구하고 설명해주는 교수님들보다, 청소노동자들이 세상을 훨씬 빠르고 확실하게 바꾼다는 걸💪 배웠죠. 그걸 계기로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며 살고 싶어졌어요.
20대에 민주노총에서 선전, 조직부장 활동을 5년간 했어요. 노동조합 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꿈만 있었지, 제가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로 일해본 것도 아니고 어떤 영역에 전문성이나 경험이 있던 것도 아니었어요. 그래도 한국사회 노동운동의 중심, 민주노총에서 활동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나고 좋았어요. 여러 비판과 아쉬움이 있지만, 저는 지금도 제가 민주노총 조합원인 게 가장 자랑스럽고 좋아요.😊
#4. “활동하면서 노무사 공부를 하신 걸까요? 두 번째 ‘공인노무사’로서의 이야기!”
3년간 선전부장을 하면서 민주노총 이름으로 나가는 모든 선전물📢(피켓, 현수막, 웹자보, 포스터, 신문 등)을 만들었고, 2년은 조직부장으로 간접고용 노동자 투쟁을 담당했어요. 선전부장 할 때도 ‘내가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내용을 좀 더 정확히 알면 훨씬 좋은 문구를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은 아쉬움이 있었어요. 조직부장 하면서는 그런 아쉬움이 더 커지더라고요. 비정규 사업장들이 공동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원청 상대로 조정 신청을 하고 투쟁하는 사업을 담당했었는데요. 막상 제가 중노위가 뭔지, 조정을 왜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더라고요. 꿈으로 시작했지만, 오래 가는 활동에 공부📝도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민주노총 활동을 정리하고 부산지하철 입사 준비하면서 노무사 시험도 같이 공부했던 거에요. 기본기 있는 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노동법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왕 하는 거 자격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던 거죠. 수험 공부가 힘들긴 한데, 굉장히 재밌기도😄 했어요. 이런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민주노총에서 그렇게 큰 소리 치고 살았나 싶어 부끄럽기도 했고, 이제 제대로 알게 됐으니 더 잘 해보자 싶기도 했고요. 물론 노조 활동가가 법을 다 아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그건 어디까지나 기존 사회가 정해 놓은 상식이고, 노동운동가의 역할은 그 상식을 넘어서는 거니까요. 노동법 공부해보면 정말 명확하거든요. 노동조합이 투쟁해서🔥 대법원이 판결한 거지, 대법원이 먼저 판결하고 민주노총이 투쟁한 건 없다는 걸요.
#5. “네, 투쟁!! 이제 현재를 잘 설명하는 정체성인 ‘부산지하철 역무노동자’로서의 이야기! 그리고 파친님이 또다시 품고 계신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들려주시겠어요?”
20대로 다시 돌아가라고 해도 민주노총에서 활동할 만큼 그곳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어요. 그런데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어느 날 갑자기 결혼하면서 부산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됐죠. 이왕 기존 활동에서 멀어지게 된 거, 앞으로 어떤 노조활동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노동자’👷가 되어보기로 했어요. 민주노총에서 느낀 중앙과 현장의 괴리를 제 삶에서 채워보고 싶기도 했고, ‘현장 조합원’이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우리 사회 노동은 어떻게 굴러가는지, 노동조합은 뭔지 알고 싶었어요. 민주노총에 있으면 현장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많이 듣고 사용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현장이 뭔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내용을 잘 몰라서 노동법 공부를 한 것처럼, 현장을 알고 싶어서 현장에 온 거예요.
민주노총에서 꽤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곳에서는 완전히 다시 배우고 있어요. 역무노동자로 일도 하나씩, 노조 간부로 현장 활동도 하나씩. 그래서 지금은 ‘3년차 노조활동가’🌱로 살고 있어요.
작년에 대의원으로 노조 간부 활동을 시작했고, 올해는 지회장(부산지하철노조는 5개 지부가 있고, 지부 안에 1~200명 조합원으로 구성된 지회가 있어요)이 됐어요.🎉 임기 2년 동안 현장 활동을 더 많이 경험하고 배우는 게 가장 가까운 목표이고요. 장기적으로는 늘 꿈과 목표가 있는 노조활동가로 살고 싶어요. 파랑 등 지역 단체와도 좀 더 연결되고, 제 스스로도 ‘왜 이런 활동을 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요. 지금은 이 답이었다가 나중에는 저 답이 되는, 늘 변화하고 성장하는 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6. “늘 변화하고 성장하는 활동가의 서사를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파랑의 친구로서 파랑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한 말씀!”
오래, 함께 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죠. 든든한 후원인으로, <파랑>의 활동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연결자로 함께할게요!
뜬금없는 질문 하나. 병아리와 후라이의 차이가 뭘까~요? “지가 깨서 나오면 병아리, 남이 깨서 나오면 후라이”(『첫 여름, 완주』 김금희, 무제, 2025)래요. 파친님의 이야기를 주욱 들으면서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가 떠올랐어요. 그리고 그 병아리가 무럭무럭 자라서 어엿한 닭이 되어 쨍! 세상을 깨우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였고요.
파친님은 올 9월부터 당신과 주변의 이야기들을 담은 [월간정나위]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맑은 울음소리를 함께 들어보시지 않을래요?
💌 [월간정나위] 구독신청👉 https://naver.me/GwSDiPFp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