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꽃보다 아름다운🌸 – 황이라 파친님
다가오는 5월 1일은 노동절입니다. 63년 만에 ‘근로자의 날’에서 원래 이름을 되찾고 올해부터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었습니다. 근면을 강조하던 국가 통제적 용어에서 벗어나 노동자의 권리와 주체성을 존중하는 ‘노동’의 가치 회복🎉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모든 변화에는 그것이 있기까지의 묵묵한 과정이 있습니다. 그 과정은 변화의 한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늘 그래왔듯 나아갑니다. 여전히 법정 공휴일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그 과정에 있는 한 사람, 4월의 파친님은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의 황이라 미조직국장님입니다!
#1. “파친님, 스스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금속노조 부양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황이라입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의 권리구제를 위한 상담을 비롯하여 이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맡고 있어요. 상담에서 나아가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노동자들과 함께 노조를 만들어 회사와 교섭까지 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원하고 있지요. 그래서 제 직책이 ‘미조직국장’입니다. 저를 처음 본 노동자들이 때때로 물어봐요. “미조직국장이 뭐예요?🙄” 저는 대답해요. “아름다울 미! 아름다운 국장입니다~😄”
같은 ‘노동’이란 말을 공유하면서도 정작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은 어렵고, 막연하게 두렵고, 다가가기 꺼려지는, 그러면서도 절박할 때 찾게 되는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만나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긴장한 상태로 오세요. 몇 번을 만나도 마찬가지죠. 이 말을 해도 될까, 괜히 말했다가 무슨 일 생기는 건 아닐까?😔 상담이란 게 서로 편안할 때, 그리고 신뢰가 있을 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그래서 저는 찾아오는 노동자들이 편안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농담도 많이 하고, 제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긴장은 사라지고 친밀감이 쌓여서, 자연스레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간이 한참 지나서 듣게 된 말인데, 저보고 처음에는 노조 활동하는 사람 아닌 줄 알았다고 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이 일이 천직인 것 같다고요. 우야든 저는 그 말을 칭찬으로 오해하고😅 살고 있어요~
#2. “아름다운 파친님! 파랑은 어떻게 알고 연을 맺게 되셨어요?”
파랑 창립 이전부터 정귀순 이사장님을 알았어요. <이주민과 함께> 대표님이던 때에 함께 베트남과 캄보디아에도 다녀왔어요. 노조 활동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개인적으로 살가운 챙김을 받기도 했고요. 이사장님이 새롭게 시작하는 파랑을 저도 당연히 응원💙하고 싶었지요!

파랑에서 우리 노조 소속 장기투쟁사업장의 동지들을 잘 챙겨주시잖아요. 명절마다 선물이랑 ‘건강돌봄’까지, 노조로서 고마울 따름이에요. (자각하지 못하는데) 우리가 좀 거친가요? 누가 우리 노조 사무실에 들어오려다가 문밖에서 싸우는 줄 알고 (우리는 그냥 얘기하고 있었는데!) 돌아간 적도 있어요. 집회에 가도 노조는 노조 깃발 아래만 몰려 있고, 때로 고립된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근데 파랑에 가면 새로운 관계를 맺고 말랑말랑하게 스며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게 파랑은 찾아가면 즐겁고 편안한 공간이자 친구 같은 존재예요. (맛있는 과자도 많고요!🍬)
#3. “말랑한 파친님! 노조 활동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금속노조 부양지부에서 일하게 된 건 올해로 9년째이고, 그전에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노동상담소에서 활동했어요. 그러고 보니 그때도 주로 미조직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상담을 했네요. 그게 밑거름이 되어 지금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랑 같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금까지 계시는 간부들은 제가 날 때부터 노조 활동을 한 거 아니냐고 농담을 하시는데, 사실 저는 학생운동을 해본 경험도 없고 노동조합을 내 의지로 선택해서 한 것도 아니었어요.

저는 대학을 다 졸업하지 못했어요. 대학교 3학년 때 휴학한 뒤로 그때부터 계속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신발공장에서부터 딸기 공장, 식당, 호텔, 백화점-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일한 곳이 부산지하철 매표소였어요. 당시 지하철 매표업무는 부산교통공사가 민간으로 위탁한 상태였고, 저는 그 위탁업체 소속으로 일을 한 거죠. 근데 어느 날 처음 본 사람이 와서 “우리 회사에도 노동조합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 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았어요.
그 말을 듣고 든 생각이, 솔직하게 말하면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내 여기서 얼마나 더 일할 끼라고 노조를 한단 말이고. 어짜피 비정규직인데’ 그래서 안 했죠. 근데 몇 달 뒤에 또 찾아온 거예요. “이제 매표업무가 없어질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하루아침에 짤려나갈 낀데, 노동조합이 있어야 한다”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또 생각했죠.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저래 두번 세번 해쌓노. 매표소 폐쇄하면 그냥 그만둬야지 뭘 어쩌겠다는 기고?’ 그렇게 노동조합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진짜😂 숨기고 싶은 과거입니다. 근데 오히려 이런 시간이 제 활동의 기반이 된 것 같아요. 저의 무지했던 생각을 잘 알고 비정규직의 삶도 잘 알기 때문에, 그리고 노동자로 거듭나는 투쟁의 과정에서 조건 없는 연대를 받아오면서 점점 ‘활동가’의 정체성을 갖게 된 것 같아요.
#4. “날 때부터 노조 했냐😉는 파친님의 과거가 재미있어요!”
그래요? 어릴 때 경북 청송 산골짝에 살았어요. 거긴 마을이 아주 작아서 조금만 걸어가면 학교, 조금만 걸어가면 마을회관, 그리고 냇가와 논과 시장이 있었죠. 그러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부산에 왔는데, 부산은 너무 컸어요. 시장은 어딨는지도 모르겠고, 학교는 버스를 타고 가야 했어요. 그리고 냇가도 없고, 논두렁도 없고. 처음 부산에 왔을 때 “와아!😮 이런 데서 사람이 우째 사노!” 했는데, 벌써 40년이 넘었네요.

어릴 적 살던 곳은 워낙 작은 마을이다 보니 이웃집 사정도 다 빤~해요. 엄마 없으면 옆집 가서 밥 먹고 자고. 저는 1학년 때 담임선생님 집 가서 많이 잤어요. 같이 손잡고 시장도 가고 그랬는데, 부산에 와서 학교 가니까 선생님들이 너무 무서운 거예요. 한번은 선생님이 “니 꿈이 뭐야?” 그래서 “저는 야생동물🐻 보호가가 되고 싶습니다!” 했더만 “마! 동물의 왕국 마이 봤나? 집 옥상에서 개 키와라!” 그래갖고 엄청 낙담했어요. 그래서 나름 현실적인(!) 꿈을 찾아서 대학교는 국어국문학과를 갔어요. 제가 문학적 감수성이 있다고 착각했나 봐요. 지금 생각하면 어린 시절 시골에서의 기억이 그리웠던 것 같아요. 근데 또 그 시절이 짧아서 그런가, 감수성이 그리 출중하진 않은 것 같아요. 전공 살려서 못 사는 걸 보면?😭
대학교는 3학년까지만 다니다 그만뒀어요. 가정형편이 좀 어려웠어요. 일해서 다시 가야겠다 하고 휴학했는데, 결국 돌아가지 못했어요. 근데 후회는 없어요. 아까 말씀드렸듯 휴학하고 했던 일을 계기로 지금의 활동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저는 지금 제 삶에 아주 만족해요. 앞으로 제가 얼마나 더 활동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활동하는 동안 정말 많은 관심과 애정, 도움을 받았거든요. 저도 베풀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누군가의 인생에 잠시 들어가서 좋은 기억으로 남겨지는 것. 생각하면 너~무 멋진🥰 일이잖아요!
#5. “내친김에 ‘좋은 기억’ 하나 들려주시겠어요?”
오래됐는데요. 노동상담소에서 활동할 때였어요. 점심을 먹고 들어왔더니 사무실에 체구가 자그마한 할머니가 앉아계셨어요. 외출하면서 사무실에 선풍기나 불도 다 꺼두고 나갔는데, 그 상태 그대로 앉아 계시는 거예요. 한여름이라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말이에요. 그래서 급하게 선풍기와 불을 켜고 앉아 말씀을 듣는데, 말투가 귀에 너무 익었어요. 외가가 경북 영양🌳인데, 그쪽 특유의 억양과 사투리가 그 할머니한테서 들렸던 거죠. 그래서 마치 우리 할머니 같다고 생각한 분이었어요.
그 할머니는 우리 사무실 근처 ‘ㅇㅇ출판사’라는 건물에서 청소 일을 하셨어요. 머릿돌이 세워지기 전부터 했으니까 몇십 년 넘게 해오신 거예요. 근데 퇴직금도 못 받고 하루아침에 쫓겨나셨대요. 집에는 거동 못 하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할머니가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할머니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았고, 월급도 현금으로만 받았고, 사장이 누군지도 모르시는 거예요. 그래서 어쩌겠어요.
출판사에 바로 전화를 했죠. 그랬더니 뭐 뻔하지 않겠어요? 📞자기들이 고용한 사람이 아니다, 자기들은 모른다.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끊었어요. 그리고 노동부에 찾아갔죠. 노동부는 또 뭐라고 했겠어요? 📞근로계약서가 있느냐? 적어도 사용자가 누군지는 알아야 한다, 증거 자료 같은 거라도 가져와라. 그래서 ‘😤그럼 우리가 함 해보께!’ 하고 나왔어요. 그리고는 노동부랑 ㅇㅇ출판사 앞에 집회신고 내고, 기자회견 한다고 으름장을 놨죠. 그랬더니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자기들이 사용자는 아니지만 도의적인 책임으로 어쩌고저쩌고. 모르겠고, 할머니 퇴직금만 받으면 된다! 해서 결국 다 돌려받았더랬어요.
그때 할머니가 고맙다며🥹 얼마나~ 얼마나 인사를 하시던지. 그렇게 인연이 지나갔다 했는데- 몇 년 뒤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어.. 거기 그 선생님- 전화 맞지예?.. 나 ㅇㅇ출판사..”
한 번에 알아들었어요. 그 억양, 말투🌳! 엄청 반가웠다가 동시에 걱정이 돼서 바로 여쭤봤어요. “왜요? 또 무슨 일 났어요?” 그랬더니 그 할머니 하시는 말씀이 “아니~ 저번에 준 연락처 적은 종이 그기 내가 잘 갖고 있지.. 근데 하도 오래돼가 전화번호 바뀐 거 아닌가 확인할라꼬 전화했지..” 그 순간의 먹먹함을 잊을 수 없어요. 제 전화번호가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지긴 처음이었어요. 가끔 너무 지치고 짜증 나는 일이 생기면 그때의 감정을 한 번씩 꺼내서 느껴봐요. 오후 4시의 초코바🍫 같은 느낌이랄까요?
#6. “우와, 초코바! 감수성 출중하신데요? 요즘 노조 활동은 어떠세요?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요?”
요즘 금속노조에 새 가족을 맞이하기 위한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비명이기도 한데, 최근에 노조설립 상담이 좀 많이 있어요. 실제 노조설립 상담은 1년에 한 건이 있을까 말까, 한 건이라도 있으면 ‘와! 한 건 했네~’ 이렇거든요. 근데 최근 한두 달 사이에 3곳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있다 보니 너무 정신이 없어요.
그중에서 녹산공단에 리노공업이라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생겼는데요. 얼마 전에 파랑 공간을 빌려서 워크숍 진행한 곳이요. 여기는 반도체공장🏭이에요. 요즘 대한민국에서 모든 대화가 주식으로 빨려들고 있는데,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몇 가지 업종 중 하나이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이 엄청 바빠요. 재작년부터는 매일같이 잔업에 특근에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고, 작년부터는 사업장이 고용노동부에 특별연장근무까지 신청해서 한주에 60시간 넘게 일하고 있어요.
리노공업 노동자 한 분이 그랬어요. “👷제가 아들이 하나 있는데, 올해 3살입니다. 근데 그 아들이 아빠 얼굴을 몰라예. 지 자고 있는 새벽에 나갔다가 지 자고 있는 한밤중에 들어오지예. 근데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일하러 가니까, 아빠 얼굴을 봐야 내가 뭐 아빠인 줄 알지예” 처음에는 순간 웃음이 났다가 바로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아기에게 아빠를 돌려줘야겠다, 마음먹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리노공업에 노동조합이 잘~👍 자리 잡아야겠지요. 지금 저의 가장 큰 관심사이고 그래서 바람 또한 리노공업지회의 안정화입니다!
#7. “현재에 충실한 파친님, 마지막으로 파랑의 친구로서 파랑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저는 친구가 별로 없어요. 그중에 중학교 2학년 때의 친구가 있는데, 학교에서 내내 붙어 있다가 집에 가서 쪽편지 써서 다음날 학교 가서 전해주고 그랬어요. 졸업할 때 보니 쪽편지💌가 사과 상자로 한가득이더라고요. 어른이 되어서는 자주 못 보지만 이 친구랑은 늘 한결같아요. 어제 만난 것처럼 대화하고, 때로 꺼내지 않는 감정을 알면서도 굳이 물어보지 않아요. 이 친구를 만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 큰일처럼 느껴지던 것도 별일 아니구나~😃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생겨요. 파랑이 그런 존재였으면 해요. 근데 이미 그런 존재로 거듭나고 있는 것도 같아요. 고마워요, 파랑!
길을 걷다가 은은한 단내가 나서 두리번, 건물 틈 사이 🌸라일락이 피어 있었습니다. 목적지를 향한 잰걸음을 멈춘 잠시, 봄이라는 세상에 와락 안기는 듯했습니다. 파친님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풍성한 서사에 웃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금속’의 찬기를 녹이는 ‘사람’의 온기를 (당신도 모르게) 곁에 있는 이들에게 안겨줍니다. 그늘에서도 봄을 건넨 꽃나무같은 💕우리 파친님, 이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요! 파친님의 묵묵한 활동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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