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인권활동가 8인의 인터뷰집 『나, 활동가』 출간

지금 파랑은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멋진 활동가 여덟 분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지난해 2월 여럿이 함께, 더 힘차게, 오래 멀리 갈 수 있는 인권운동을 위해 인권운동 생태계를 바꾸어 보겠다는 야심 찬 꿈을 안고 <부산인권플랫폼 파랑>이 문을 열고 진행했던 첫 연구조사사업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연구팀을 꾸려 66개 인권단체 설문조사와 12명 활동가들의 심층인터뷰를 거쳐 ‘부산지역 인권단체 및 활동가 현황조사 보고서’는 잘 만들어졌으나, 현황조사가 목적이었던 보고서에는 활동가들이 들려주었던, ‘아이고…’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들, 눈물이 뚝 떨어지던 뭉클한 이야기들은 제대로 담을 수 없었습니다. 그냥 묻어두기에는 너무 아깝고 소중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우리 곁에서 인권을 위해 싸우는 활동가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전하고, 아니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인권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인권과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 현장에서 고통의 곁을 지키며 기록하고 행동하는 활동가들이 있어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권은 불온하고 불편한 것으로 여기는 인식에 둘러싸여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활동가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피하고 싶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라고 외치는 이들이기도 하고, ‘그게 되겠어?’ 라며 쉽게 포기했던 일을 끝까지 부여잡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작은 목소리에 크게 공명하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전해주는 이 불편함이 우리를 깨어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갱도의 위험을 알리는 카나리아처럼 말입니다.

활동가들은 내상(內傷)이 많은 이들이기도 합니다. 더 빨리 알아채고, 더 크게 공감하고, 더 앞장서서 나아가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이 책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활동가들에게 드리는 뜨거운 연대이고 힘찬 응원입니다. 부디 이 연대와 응원의 목소리가 더 크고 넓게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이 책을 읽으며 ‘나도 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는 새로운 활동가들의 탄생을 내심 기대합니다.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소중함을 잘 알아준 <다음세대재단>의 지원으로 8개월의 작업 끝에 활동가 여덟 분의 이야기를 담은 한 권의 책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여러 차례의 수고로움을 흔쾌히 감당해 준 최영아, 김경일, 김찬, 천연옥, 또뚜야, 이숙견, 이현우, 한아름, 여덟 명의 활동가들과 함께 만든 책입니다. 더불어 활동가들의 입말을 따뜻한 글로 다듬어 주신 안미란 작가님과 밝은 사진으로 담아주신 최우창·강민수 사진가님이 함께 만든 책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턱없이 짧은 시간에도 멋진 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9월 1일, 부산인권플랫폼 파랑 이사장 정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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