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파친코 19화 / 안미란

지금 파랑은

[파친코] 나, 동화 작가! ✍️ – 안미란 파친님

어느덧 12월입니다. 어쩌면 시작보다 마무리가 어렵다고 합니다. 밝은 내일을 그리며 시작했지만, 그보다 어두운 오늘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겠지요. 자신을 돌아보고 마주하는 여러 수단 가운데 가장 고된 것이 글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명확한 뜻을 지닌 단어로 나를 짚어내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과정이니까요. 한해를 갈무리하는 12월의 파친님은, 안미란 작가님입니다!

#1. “파친님, 스스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동화 작가예요. 어린이를 위한 창작동화부터 역사나 사회 같은 지식정보 책까지 두루두루 쓰고 있어요. 최근에는 『그냥 씨의 🐱동물직업상담소』라는 책을 냈어요. 무엇보다도 2023년에는 파랑과 함께 『나, 활동가』를 출간하면서 인터뷰 글을 다듬어 썼고요.

동화를 쓰기 시작한 지는 얼추 25년쯤 되었는데, 이렇다 할 대단한 작품을 써낸 건 아니고요. 그래도 글 써서 아이 셋 키우고, 저도 나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쓰는 일을 하는 덕에 파랑처럼 멋진 곳의 사람들을 만나게도 되었고요.

#2. “파랑은 어찌 알고 연을 맺게 되셨어요?”

부산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현재 [이주민과함께]) 시절에 자원봉사를 했어요. 거기서 이인경님도 만나고 한동안 재미나게 다녔어요. 먼 곳으로 시집온 제가 부산살이에 적응하고 저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그 시간의 힘이 컸어요. 그러다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발길을 뚝 끊었는데, 당시 [이주민과함께]의 정귀순 대표님이 소식지를 만드는 데 손을 보태겠냐고 하셨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무척 고마운 일이에요.^^
그렇게 연이 닿은 대표님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신다고는 들었고, 파랑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나, 활동가』 책 작업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3. “파친님은 어릴 때부터 동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나요? ^^”

제가 어린이였던 시절에는 변변한 동화책이 없었지만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어요. [소년중앙]이나 [어깨동무] 같은 잡지에 나오는 것들이요. 여고 때는 문학 동아리 활동도 했고, 이십 대 후반까지 시를 쓰고 싶다는 소망이 있기는 했어요. 그러다가 까맣게 잊고 한동안 학습지 교사를 했거든요. 그때 한 어린이가 자기가 읽은 동화책이 너무 슬프고 재밌다면서 종종 책을 빌려줬는데, 그 덕에 잊었던 꿈에 다시 불씨가 당겨진 거예요. 저의 청년기는 매우 냉소적이고 우울한 캐릭터로 보냈는데요, 어린이문학은 그런 저를 위로해 주더라고요. 세상에 대한 긍정적 희망, 넘치는 호기심과 건강한 기대가 저를 살려주었다는 게 더 맞아요. 슬프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의 나를 안아줄 수도 있었고요.

#4. “<나, 활동가>의 천연옥 선생님은 학습지 교사에서 노동운동가가 되었는데, 파친님은 동화 작가가 되셨네요~”

이십 대 후반에 [어린이도서연구회]라는 시민사회단체를 찾아갔던 게 생각나요. 이주영 선생님이라고, 해직 교사였고 어린이문화운동을 하는 분이 계시는데요. 그분의 강의를 듣고 무작정 가본 거죠. 그곳이 동화 공부의 출발점이었어요. 작가가 되기 전 습작 시절부터 그 단체의 회원이었어요. 어린이책은 어린이 인권운동과 사실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잖아요.작가가 된 이후로도 혼자 끙끙대면서 쓴 원고를 투고했다가 거절당한 적도 많고, 때로는 기획 동화나 전집물 작업을 하면서 상처받기도 하고 뿌듯해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도 쉬지 않고 꾸준히는 했어요. 그러다가 2018년쯤부터 어린이청소년책 전문서점인 책과아이들에서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연극 공연을 함께하고, 이런저런 문화 기획과 비슷한 일을 하게 되었어요.

#5. “직업이 동화 작가인 활동가이시네요!”

그렇게 되어보려고요.😅 사실 2024년부터는 새로운 일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거워요.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라는 단체의 운영위원장으로 내정되어 있거든요. 그 단체는 작가들의 권익 보호와 창작 활동 고취뿐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곳이에요.
저는 조직 생활 경험이 없는 데다가 회원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고 사무실도 서울이지만- 음- 큰 걱정은 안 해요. “파친님들처럼만 하면 되겠지, 뭐!” 하면서요.

#6. “마지막으로, 파랑의 친구로서 파랑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덕분에 외롭지 않습니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우리 동네 화명동에서 세월호 9주기 집회가 열리는 걸 보고 울컥했을 때도 똑같은 심정이었어요.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닐지라도 함께 아파하고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건 엄청 복이잖아요? 세상이 가끔 이상하게 굴러가더라도 우리가 함께한다면, 더 이상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을 거예요!

올해 파랑은 부산지역의 활동가 8명의 인터뷰집을 냈습니다.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일상과 꿈을 글로 엮어낸 안미란 파친님 덕에 파랑은 활동가들을 자랑할 수 있었습니다. 파친님만큼은 못 쓰지만(^^) 파랑도 부산의 이토록 멋진 작가님을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가 고되어도 그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나와 우리를 사랑할 수 있음을, 그렇게 세상이 조금씩 나아감을 파친님은 들려주었습니다. 『나, 활동가』에서 파친님이 쓴 마지막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곁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니까요!”

한해 참, 수고하셨습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소망합니다. 🙏

8지금 파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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