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조명을 받는? 조명을 비추는!🌙 – 변현주님
파랑 주변에는 자랑할 곳이 많은데요, 그중 옆 동네에 소극장🏠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서 지난 6월부터 두 달 동안 『히로시마 메시지』 가 공연됐습니다.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일본에서 피폭된 조선인의 삶을 다룬 연극🎭입니다. 무대에 몰입한 두 시간은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기억으로 새겨놓았습니다. 부산에서의 여정을 막 마친 극단새벽의 변현주 대표님을 8월의 파친님으로 모십니다!

#1. “파친님, 스스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만감을 느끼는 호모사피엔스 중 한 개체입니다. 혼자 있을 때는 도서관에 가면 즐겁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문장을 수첩에 끼워두고 다녔습니다. 사랑하고 함께 했던 존재들을 여러 번 떠나보내면서, 특히 오늘 아침 하이파이브로 나를 응원했던 존재를 다음 날 다시 볼 수 없게 된 이후로는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삶💕’이라는 모토를 더불어 갖게 되었습니다.
관계와 의미, 가치를 붙들고 살아가지만 때때로 절망과 무기력이 덮쳐올 때면 좌우명보다 먼저 붙잡는 대상이 있습니다. 국가폭력과 기업폭력,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과 재해, 차별과 혐오, 배제로 인해 ‘타살된 존재들’을 기억🕯️합니다. 그렇게 삶을 부여잡으며 몸과 마음을 다시 일으킵니다.
올해로 입단 30년을 맞은 극단새벽의 대표, 변현주입니다. 반갑습니다!😊

#2. “파랑은 어떻게 알고 연을 맺게 되셨어요?”
파랑의 건강돌봄 지원사업을 통해 극단새벽 단원들이 도움을 받으면서 연을 맺게 됐어요. 명절마다 선물도 나누어주셔서🎁 따뜻한 마음으로 명절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작년부터는 부산지역 인권운동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졌고요. 여러모로 반갑고 감사한 인연입니다. 마침 파랑에서 진행한 ‘100개의 연결’을 계기로 내민 손을 덥석 잡아, 친구💙가 되었습니다~

#3. “극단새벽 홈페이지 대문에서 ‘뭇생명이 공존·융합하는 세상을 꿈꾸며_삶의 연극화, 역사의 연극화’라는 슬로건을 보았어요. 이 의미와 함께 극단새벽을 소개해주신다면요?”
극단새벽은 자본과 권력이 가리거나 묻어버린 진실과 목소리를 응시하고 들으려 합니다, 1984년 창단한 새벽🌙은 우리 사회가 걸어온 정치·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소수자의 시선으로 세상에 말을 걸어왔습니다. 군부독재 시기에는 민주화 정신을, 노동의 가치가 무시당하던 시기에는 노동의 소중함을,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를 맞닥뜨린 지금은 생명의 공존을 말합니다. 어떤 삶을, 누구의 목소리를 담을 것인가. 또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그게 바로 ‘삶의 연극화, 역사의 연극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작품으로 말씀드리자면, 일본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을 다룬 『폭침-우키시마호는 부산항으로 못 간다』를 비롯해 원폭 피해자들의 삶을 그린 『히로시마 메시지』는 역사에서 잊히거나 충분히 말해지지 못했던 기억🎗️을 무대 위로 불러냈습니다. 『노동수첩』, 『다시 서는 사람들』, 『3인 특별위원』에서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어머니 날 낳으시고…』,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에서는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를 담았고요. 비무장지대 땅 소유권을 둘러싼 논쟁으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생각을 연희적으로 풀어낸 『어느 골짜기에 관한 논쟁』 등이 있습니다.

극단새벽은 이름대로 ‘새벽’을 닮았다고 생각해요. 동이 트는 찰나의 새벽빛. 어둠은 밝음을 받쳐 올리면서 사라집니다. 무대 위에 조명을 받으며 드러나는 주인공☀️이 있게 하는 역할. 그래서 극단새벽은 ‘아싸(아웃사이더)들이 모인 연극인 공동체’가 아닐까 해요.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는 아싸들이 예술행동으로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드러나야 할 것에 조명을 비추는 일. 새벽은 그 역할을 자임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이 짓밟히지 않는 세상🌱’을 받쳐 올리기 위해.
#4. “조명받는 존재를 배우가 아닌 세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 깊어요. 근데 어쩌다😅 ‘예술행동’을 하는 연극인이 되셨어요?”
돌아보면 청소년기, 고등학교 다니던 때가 가장 투명하고 채도가 높은 시기🌿였어요.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민도 깊었고, 친구들과 뭔가를 도모하기도 했고, 학교와 사회에 대한 저항감을 거침없이 드러내기도 했어요. 이후 관계의 단절과 실패의 경험이 깃든 청년기는 암울했지만, 그 덕에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풍부해진 것🌳 같아요. 그러다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아일랜드 민족극운동에 감화를 받았고, 과내 원어연극동아리 활동을 하게 됐어요. 세상을 향한 관심도 컸기에 ‘연극을 통한 문화운동’을 하고 싶었어요. 그 길에 새벽을 만나게 된 겁니다. 1996년, 스물여섯에 극단새벽의 문을 두드렸고 어느덧 30년이 흘렀네요.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에 이어 ‘AI 대전환의 시대’, 유례없는 불안이 번지고 있어요. 이미 양극화는 심화했고,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사회에 차별과 혐오는 끔찍한 ‘놀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문화예술운동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느 시대나 예술은 ‘자각과 성찰🐣’을 자극하고 변화를 일으키려고 했어요. 그리고 본질적으로 예술매체는 치유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노동자 시민들이 예술체험, 예술행동을 통해 힘을 얻고 풍부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렇게 제 삶의 절반은 연극운동, 문예운동을 통한 대안사회에 대한 꿈🌈으로 채워져 있어요.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한때 ‘소신 발언’ 하는 연예인들을 ‘개념 연예인’이라고 불렀지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꼭 저렇게 구분해야 하나?🙄 의아했어요. 마치 교육자에게 교육철학이 있기를 바라고 의료인에게 히포크라테스 정신이 있길 바라듯, 연행예술인이라면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알고 ‘개념’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일반적이어야 할 것이 아주 특수한 경우로 범주화되는 것 같달까요. 여튼 저는 극단새벽이 하는 연행예술이, 그 예술을 위해 누군가의 삶과 어떤 진실을 수단으로 소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창작과 공연만이 아니라 연대활동과 실천활동에도 함께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그 활동 속에서 다시 우리가 ‘조명’해야 할 무엇을 발견하기도 한답니다~

#5. “지난 세미나에서 ‘연봉 500’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연행예술을 삶과 일로 이어온다는 건 어떤 현실을 마주하는 일일까요? 극단새벽의 대표이자 연행예술인으로 살아오며 겪은 어려움, 그럼에도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하는 힘과 앞으로의 꿈이 궁금해요!”
연극만으로는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 전 세계 어디든 예술인이 예술노동만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은 사실입니다. 물론 그 나라의 보편복지 수준이나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요. 가난이 좀 불편할 때는 있지요. 그런데 돈보다 사람이 더 힘들 때가 있어요. 아! 그렇지만 ‘함께하는(남아있는?) 사람’이 무엇보다 지속하게 하는 이유랍니다. 그렇게 같이 걷다가 돌아보니 길이 나 있고, 좀 굴곡지고 평탄지 못한 길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겠지, 하는 바람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요.

그동안 임대료 문제로 12번이나 이사를 했는데, 1,000원부터 큰 금액까지 마음을 보태주신 시민들과 자기 주머니를 털고 노동을 보탠 단원들, 그리고 창단 멤버인 이성민님이 큰 대출을 내어 지금의 공간, 효로인디아트홀🎉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곳에서 새벽은 공연 창·제작을 비롯해 연극교육, 문화예술기획, 연대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층에는 사회적 기억공간 ‘기억의 방🚪’이 있는데요. 이 공간을 운영하는 ‘대안문화연대’와 함께, 이곳이 대안문화를 만들어가고 대안적 가치들이 소통되는 공간으로 지속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마친 코러스극 『히로시마 메시지』는 울산 아트홀 마당 공연으로 이번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당장에는 객석이 꽉 차서💐 ‘히로시마 메시지’가 더 많은 사람에게 잘 전해지고, 원폭 피해자들의 삶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런 꿈도 꾸어요. 어느 날 눈을 떴는데, 어느 지역의 전쟁이든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를. 또 ‘대체불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안전한 대한민국’의 하루가 펼쳐지기를!

(극단새벽이 궁금하다면! https://saebyeok.communeart.net/)
#6. “꽉 찬 객석의 꿈을 이뤄보아요! 마지막으로 파랑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한 말씀!”
살면서 ‘초록은 동색이다’라는 말을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특히 함께 모여 무언가를 도모하는 공동체를 보거나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보면 그렇지요. (물론 각자의 빛깔은 다 다르고 독보적이지만요.) 먼저, 파랑이 이웃에 있고, 이웃이어서 좋습니다. 새벽의 짙은 남빛과 파랑은 동색일지도😉
파랑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호모사피엔스가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에 나타나는 다양한 폭력으로부터 인권과 생명권, 생명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 길에 ‘인권플랫폼’의 가치와 정신이 오래도록 실현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무엇보다 파랑의 활동가들이 지역의 든든한 벗임을 잊지 마시고 건강하시길!

파친님을 생각하면 ‘정갈하다’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진중한 말과 태도가 주변을 안정된 아우라로 감싸는 듯해요. 언젠가 공연 포스터를 전달하러 파랑에 오셔서 도란도란 나눈 얘기가 기억에 남아요. 때때로 마주하는 ‘운동판’의 거친 문화가 조금 더 다정해지면🌷 좋겠다고.
『히로시마 메시지』에서 파친님이 맡은 배역은 피폭으로 인한 상처로 (겉만) 극악스러운 인물입니다. 전혀 다른 성격을 연기하는 파친님을 보는 신선함, 무대 위의 배우가 ‘나 아는 사람’이라는 개인적인 뿜뿜, 그리고 『히로시마 메시지』가 남긴 여운까지. 이 모든 느낌을 원하신다면, 이번 주 울산으로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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